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전쟁과 인간, 사랑과 죽음, 연대와 희생

by anmoklove 2026. 1. 1.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서사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40년 발표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단순한 전쟁 소설이나 로맨스가 아닌, 인간이 죽음과 맞서는 방식,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는가,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어떻게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 극도로 절제된 문체와 사실적 묘사, 행동 중심의 서술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감정과 이념, 도덕과 사랑을 어떻게 지켜내고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로버트 조던은 미국 출신의 대학 교수이자 폭파 전문가로, 반파시스트 진영인 공화파에 자원하여 투쟁에 참여한다. 그의 임무는 적군의 다리를 폭파하는 것이지만, 작전 수행 과정에서 게릴라 조직과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인물과 교감하고, 특히 마리아와의 사랑을 통해 인간적 감정을 회복해나간다. 그러나 동시에 전쟁의 무의미함과 냉혹한 현실, 죽음의 공포, 개인의 한계와 역사적 부조리를 실감하게 된다. 이 소설의 중심은 단지 폭파 작전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인간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해나가는 내적 여정에 있다. 본 리뷰에서는 이 작품의 중심 사유를 세 가지—전쟁 속 인간의 조건, 사랑과 죽음의 접점, 그리고 연대와 희생의 의미—로 나누어 분석한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전쟁과 인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전쟁을 그리는 데 있어 단지 외적 전투의 묘사에 머물지 않는다. 헤밍웨이는 주인공 로버트 조던의 내면적 갈등과 심리적 성장을 통해, 전쟁이란 무엇보다 인간의 ‘존재 조건’을 가장 날것으로 드러내는 장치임을 보여준다. 로버트는 자신이 왜 이 전쟁에 참여했는지, 이 싸움이 정당한지, 폭파 작전이 정말로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인이지만, 동시에 매 순간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이며, 동료들의 생명과 자신의 결정이 서로 얽혀 있는 책임의 교차점에 서 있다. 특히 작전 실행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자신의 자유와 선택, 타인의 생명, 전쟁의 목적 사이에서 격렬한 내적 충돌을 겪는다. 이러한 심리적 전개는 실존주의적 사유로 연결된다. 인간은 정해진 본질 없이, 자신이 선택하는 행위로 자신을 규정한다. 로버트는 아무도 정해주지 않은 길 위에서 끊임없이 선택하며, 그 선택의 무게를 감당하려 한다. 그는 전장에서 영웅처럼 행동하지만, 그 행동은 결코 완전한 확신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공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결단이다. 그는 다리 폭파가 군사적으로 전략적 승리를 의미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헤밍웨이는 이를 통해 전쟁이 단지 국가와 이념의 충돌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죽음을 마주하면서도 살아가는 이유를 찾으려는 치열한 무대로 제시한다. 로버트 조던은 그렇게 개인적 고뇌와 역사적 부조리 사이에서, 끝내 어떤 종교도 철학도 아닌 ‘자신의 선택’만을 의지하며 인간다움의 마지막 균열을 지켜낸다.

사랑과 죽음

로버트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그것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감정과 연결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구조적 장치다. 두 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깊은 감정으로 결합하지만, 그 사랑은 전쟁이라는 비극의 그늘 아래에서 자라고, 그 유한성을 스스로 인식하는 가운데 더욱 절실해진다. 특히 로버트는 마리아와의 사랑을 통해 ‘삶의 감각’을 회복한다. 그는 처음에는 작전의 성공과 사명에 몰두하는 냉정한 전략가였지만, 마리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죽음이 단지 작전의 결과가 아니라, 그녀와의 삶을 포기하는 선택이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이는 전쟁이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런 조건에서도 인간이 감정적 연대를 통해 어떻게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마리아는 전쟁의 피해자로서 강간과 학살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로버트와의 관계를 통해 치유를 모색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존재의 위안을 준다. 그러나 그 사랑은 결코 낭만적 환상으로 이상화되지 않는다. 헤밍웨이는 이 사랑이 언제든 끝날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끝나더라도 그 ‘순간의 진실’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로버트는 마리아를 떠나보내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 그는 미래가 없음을 알면서도 현재의 순간을 진정성 있게 살아가며, 죽음 앞에서조차 사랑의 기억을 품고 존재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이러한 서사는 사랑과 죽음이 어떻게 인간 존재의 양극단에서 서로를 조명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성찰이 된다.

연대와 희생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제목은 존 돈의 시에서 따온 것으로, "종은 누구를 위해 울리는가? 그것은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라는 구절은 이 작품의 핵심 주제인 ‘인간 공동체와 연대의 윤리’를 암시한다. 로버트 조던은 처음에는 개인적 사명에 충실한 외부인으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게릴라 조직의 일원들과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들의 생명과 운명에 책임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안셀모와의 관계는 인간적 존경과 감정적 동질성의 상징이며, 파블로와의 갈등은 인간이 어떻게 공포와 자기 보존 본능 속에서 타인을 배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로버트가 작전의 군사적 성공보다 동료들의 생존과 공동체의 안녕을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다리 폭파의 전략적 무의미함을 알고 있지만, 이 작전을 통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실현하고, 동료들을 위한 ‘증명된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헤밍웨이는 여기서 실존적 선택이 단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의 책임과 연대를 포함함을 강조한다. 로버트의 희생은 영웅주의로 미화되지 않으며, 그 스스로도 그것을 위대한 선택이라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며, 타인을 위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헤밍웨이가 추구한 인간상—강인하되 고독하고, 선택하되 흔들리며, 죽음 앞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존재—의 구현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 연결되고, 함께하는 존재로서 의미를 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적 감동의 서사다. 종은 결국 모두를 위해 울리는 것이며, 개인의 죽음은 공동체의 일부로서 다시 기억되고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전쟁이라는 파괴적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작품이다. 헤밍웨이는 단지 전쟁의 잔혹함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인간이 선택하고, 사랑하고, 책임지고, 희생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있음’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한다. 로버트 조던은 영웅이 아니며, 절대적 진리도 없다. 그러나 그는 매 순간을 스스로 선택하며,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그로써 인간 존재의 깊이를 증명한다. 이 소설은 헤밍웨이 문학의 정점이며, 인간의 실존과 도덕, 연대와 죽음에 대한 가장 치열한 문학적 성찰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묻게 된다. "내가 죽는다면,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릴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 자체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