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는 김병우 감독의 신작으로, 재난 영화와 SF를 결합한 야심찬 시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영화를 시청한 지 불과 10분 만에 많은 관객들이 짜증을 느낄 정도로 치명적인 결함들을 드러냅니다. 김다미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홍수 속에서 인공지능 이모션 엔진 개발자 안나와 그녀의 아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과연 이 영화가 왜 이토록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안나의 아들, 영화 초반부터 짜증 유발하는 캐릭터 연출의 문제점
대홍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인공 안나의 아들 캐릭터입니다. 권상구가 연기한 이 캐릭터는 영화 시작 후 채 10분도 되지 않아 관객들의 인내심을 시험합니다. 김병우 감독은 전작 '전,란'에서도 권상구를 기용했는데, 두 작품 모두에서 어린이 캐릭터를 징징거리고 유약한 존재로 묘사하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원작 '전,란'에서 기령은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한 캐릭터로 어른들 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판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완전히 무시되고 스테레오타입에 갇힌 어린이상만 남았습니다. 대홍수에서도 이러한 연출은 반복됩니다. 안나의 아들은 영화 초반부터 칭얼대고 귀찮게 구는 행태를 보이더니, 위급한 재난 상황이 발생한 후에도 전혀 나아지지 않습니다.
감독은 "원래 애들은 그렇다"는 변명으로 이러한 캐릭터 설정을 정당화하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작가와 감독의 직무유기입니다. 첫째, 시청자의 공감과 이해를 얻지 못하면서 현실이 그렇다는 이유로 얼버무리는 것은 창작자의 책임 회피입니다. 둘째, 서사 구성과 전개에 필요한 갈등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를 밑도 끝도 없이 기계적 악역이나 민폐 유발자로 둔갑시키는 것 역시 능력 부족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화장실 관련 증상까지 부여하여 불필요한 짜증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연속됩니다. 반전이나 주제를 위해 꼭 아이가 짜증과 민폐를 연신 유발해야만 성립되는 이야기라면, 이는 감독의 아동 혐오이거나 연출 능력 부족 중 하나입니다. 전,란에 이어 대홍수에서까지 어린이 캐릭터를 똑같은 시선으로 묘사하는 것은 김병우 감독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0층 아파트 침수부터 이모션 엔진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 오류들
대홍수의 각본은 짜증스러운 캐릭터 연출을 넘어 설정과 개연성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오류는 지구의 빙하가 다 녹아도 30층짜리 아파트가 꼭대기까지 물에 잠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쓰나미가 덮친다는 설정이 훨씬 설득력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재난이 임박했는데도 재난 경보조차 울리지 않는 모습은 현실감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영화 속에서 안나는 보안팀 직원 히조의 전화를 받고 혼자 평화롭게 계단을 올라갑니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 계단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헬기로 구조받을 수 있는 핵심 인력이라는 설정도 문제입니다. 이모션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단 두 명뿐이라는 설정은 현실의 AI 기술 발전 상황을 고려할 때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ChatGPT가 출시되자 수많은 경쟁사들이 재빠르게 유사 서비스를 내놓은 현실을 생각하면, 이러한 설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핵심 키워드인 '새인류' 창조 개념 역시 논리적 모순투성이입니다. 인간의 생체를 고스란히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 굳이 인공지능에 이모션 엔진을 탑재한 새인류를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훨씬 윤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더욱이 소행성 충돌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사전에 준비했어야 하는데, 영화 속 조직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허겁지겁 움직입니다. 한 장면에서는 안나가 아들을 위로 올려 보내는데, 이는 건장한 남자에게도 버거운 일임에도 "별것 아니다"라고 말하며 실제로 시도합니다. 이처럼 재난 영화나 SF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리서치조차 하지 않은 듯한 설정들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재난과 SF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장르 정체성의 혼란
대홍수는 포스터만 보면 전형적인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난 영화를 겉으로만 입힌 SF 영화입니다. 영화는 중반을 지나면서 장르가 재난에서 SF로 급격히 전환되는데, 이 시점부터 관객들은 영화로부터 더욱 멀어집니다. 상황과 설정에만 의존하여 빠른 전개에 몰두하느라 서사의 전달이 굉장히 불친절하게 이루어집니다. 관객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김병우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재난 영화와 SF를 결합한다는 발상 자체는 신선할 수 있고, 그 도전 정신은 인정할 만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두 장르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SF 영화로 접근한 부분은 비주얼과 설정 모두 나쁘지 않았지만, 준비 부족 속에서 의욕만 앞서다 보니 이마저도 온전히 살리지 못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꽤 쓸 만한 장면들이 연속되지만, 오로지 결말의 여운만을 염두에 두고 그 과정을 급박하게 흘려버립니다. 상영 시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더라도 SF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차근차근 서사를 풀어나갔다면 훨씬 나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입니다. 시청자의 눈과 귀를 강제로 끌고 가려는 연출 방식은 대중 영화로서 성공하기 어려운 접근입니다. 전,란에 이어 대홍수까지, 김병우 감독은 올해만 두 편의 영화를 모두 실패작으로 만들었습니다. 데뷔작 '터널: 라이브'에서 보여줬던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은 온데간데없고, 이후 작품들에서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대홍수는 야심찬 시도였으나 실행 면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 연출, 설득력 없는 설정, 그리고 장르 정체성의 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관객의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넷플릭스가 공개를 오랫동안 미룬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만 남깁니다. 좀 더 차근차근 서사를 풀어나가고, 설정의 개연성을 높였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출처]
[대홍수] 리뷰 – 딱 10분 만에 짜증이 폭발해서 '재난'인 넷플릭스의 재난영화: https://youtu.be/GOLRRGOPJLM?si=qxmIUh3FFJAzB8Q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