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폴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Qu'est-ce que la littérature?)』는 단순한 문학 이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기반으로 문학이라는 행위, 작가라는 존재, 언어라는 수단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를 정치적, 윤리적, 존재론적으로 분석한 선언문이자 비판적 에세이다. 사르트르는 이 책에서 독자에게 단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쓰는가?” 그는 이 물음을 단지 문학 창작의 동기나 심리적 계기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가 세계와 맺는 관계의 방식, 자유와 선택, 책임이라는 실존주의의 핵심 개념들과 연결시킨다. 문학은 단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 행위가 아니라,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하기 위한 ‘참여’이며, 작가는 독자를 향해 세계를 열어 보이고, 선택을 유도하는 정치적 주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사르트르가 문학과 예술을 사회 변화의 도구로 보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20세기 문학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리뷰에서는 『문학이란 무엇인가』의 핵심 사유를 세 가지 주제로 정리한다. 첫째, 실존주의에 기반한 문학의 존재론: 자유와 책임의 문학. 둘째, 작가의 참여와 정치적 글쓰기: 중립 없는 언어의 실천. 셋째, 독자와의 관계를 통해 실현되는 문학의 윤리적 기능. 이 작품은 여전히 작가와 독자,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고전이며, 문학이 단지 형식이나 미학이 아닌 실천이라는 사실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텍스트다.
문학이란 무엇인가의 자유와 책임
사르트르는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개념인 ‘자유’를 문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은 본질 이전에 존재하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의해나가는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자유롭도록 규정된’ 존재이며, 그 자유는 필연적으로 책임을 수반한다. 이 관점에서 문학은 인간의 자유로운 의식이 세계와 만나는 방식 중 하나로 해석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세계관을 글로 표현하며, 그 행위는 세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인식을 창출하는 행위가 된다. 이때 문학은 중립적일 수 없다. 모든 글쓰기는 세계를 하나의 방식으로 조직하고, 선택하며, 해석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글쓰기가 인간의 자유를 행사하는 방식이라면, 작가는 그 자유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문학은 도피가 아니라 참여이며, 현실을 외면하는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니라, 현실에 맞서는 비판적 실천이다. 이와 같은 사르트르의 입장은 당시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예술의 자율성’ 논쟁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으로, 그는 “문학은 세계를 바꾸려는 시도”라고 단언한다. 또한 그는 ‘시’와 ‘산문’을 구분하며, 산문은 명확한 의미 전달을 전제로 한 실천적 언어라고 본다. 즉, 산문은 ‘사용되는 언어’이고, 시는 ‘보여지는 언어’다. 작가는 산문을 통해 세계에 관여하고, 독자의 자유로운 인식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문학을 실존적 자유의 실천으로 정의하며, 글쓰기를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으로 격상시킨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바로 그 점에서, 문학을 철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드문 이론서이자, 작가와 철학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르트르의 사유의 정수다.
작가의 참여
사르트르에게 글쓰기는 결코 중립적일 수 없는 행위다. 그는 “침묵조차도 하나의 입장이다”라고 말하며, 작가가 사회적 불의와 억압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본다. 이는 글쓰기의 정치성과 윤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르트르의 문학관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작가는 단지 감정이나 상상을 표현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세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주체이다. 그는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식민주의, 파시즘, 냉전 등 정치적 혼란 속에서 작가가 중립을 가장하는 것은 곧 ‘가담’이라고 본다. 이때 ‘참여 문학(littérature engagée)’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참여 문학이란 현실에 개입하고, 억압에 저항하며, 독자를 현실 인식과 행동으로 이끄는 문학이다. 사르트르는 ‘무엇을 쓰는가’만큼 ‘왜 쓰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문학의 본질은 ‘행동을 유도하는 힘’에 있다고 본다. 작가는 자신의 문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며, 그것은 단지 허구가 아닌, 현실을 해석하고 변형시키는 작업이다. 언어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현실의 구조를 구성하는 힘이기 때문에, 글쓰기는 언제나 세계관의 표명이고, 선택이며, 입장이다. 사르트르는 예술지상주의, 언어유희 중심의 형식주의 문학을 비판하며, 그것이 현실을 외면하는 탈정치적 태도라고 본다. 특히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과 당대 실험문학 경향에 대해, 그것이 현실의 고통과 억압에서 도피하려는 관념적 글쓰기라고 일갈한다. 그는 문학이 사회와 단절된 미학적 자율성을 주장할수록, 오히려 현실의 불의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경고한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처럼, 글쓰기의 정치성과 윤리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문학을 도덕적 실천으로 재정의하는 선언문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의 실천성
『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개념은 ‘독자의 역할’이다. 사르트르는 문학이 단지 작가의 일방적인 진술이 아니라, 독자와의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독자를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공동 창작자’로 간주하며, 문학의 실천성은 바로 그 상호작용 속에서 비로소 실현된다고 본다. 즉, 작가가 제시한 세계는 독자의 해석과 수용을 통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문학의 힘은 그 해석의 다양성과 자유에 있다. 따라서 독자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존재로서 ‘자유롭게 해석할 책임’을 지닌다. 이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이 문학 행위 전반에까지 확장된 예로, 인간의 자유는 독서 행위에서도 실천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는 “독자는 자신의 자유로 문학을 완성한다”고 말하며, 문학은 독자의 참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자유는 방임이나 무책임과는 다르다. 독자는 단지 재미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안에 내포된 정치적·윤리적 맥락을 인식하며 읽어야 한다. 작가는 독자의 해방을 목표로 해야 하며, 독자는 자신의 해석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르트르에게 문학은 소통의 장이며, 그 소통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 의지를 고양시키는 행위여야 한다. 문학이 윤리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독자를 각성시키고, 자율적 판단을 유도하며, 그 판단이 세계를 바꾸는 힘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이처럼 독자와의 관계 속에서 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려는 텍스트이며, 문학이란 결국 인간과 인간이 자유 속에서 마주치는 방식이라는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다.
결론적으로 장폴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문학을 단지 형식이나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과 사회적 책임, 정치적 실천의 차원에서 재해석한 혁신적 텍스트이다. 그는 작가를 세계와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응답해야 하는 윤리적 주체로 보며, 문학을 독자와 함께 세계를 바꾸는 참여의 장으로 설정한다. 자유와 책임, 참여와 해방, 진실과 실천이라는 개념들이 문학이라는 행위 속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이 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학론이자, 글쓰기와 읽기의 근본을 되묻게 하는 고전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문학을 쓰는 이들에게는 질문을, 읽는 이들에게는 각성을 주며, 언어와 현실, 인간 사이의 긴장을 가장 깊이 있게 사유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