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는 스웨덴의 백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독특한 공포 영화입니다.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겪는 주인공 대니가 남자친구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의 한 마을 축제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어둡고 음산한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깨고, 밝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공포를 선보입니다.
백야 속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공포의 방식
미드소마의 가장 큰 특징은 백야라는 독특한 배경 설정입니다. 스웨덴의 여름철 백야 현상으로 인해 밤에도 해가 지지 않아 하루 종일 밝은 상황이 유지됩니다. 주인공 일행이 도착한 마을 훨씬 곤란은 푸르른 초록색 자연과 평화로운 풍경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유를 즐기고 있었고, 친절하게 여행객들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밝고 아름다운 비주얼은 공포 영화라는 장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기존의 공포 영화들이 어둠과 음산한 분위기를 활용해 공포를 조성했다면, 미드소마는 정반대의 접근을 시도합니다. 공포 영화라는 걸 모르고 보면 힐링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화면은 밝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 사이의 괴리감이 오히려 관객에게 더 큰 이질감과 기이함을 선사합니다. 90년에 한 번 열리는 하지 축제가 시작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다 같이 춤을 추며 축제의 시작을 알립니다.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전통 축제처럼 보이지만, 점차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이 드러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은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 2명이 절벽 위에서 몸을 내던지는 의식입니다. 이 마을은 나이를 18 단위로 생애 주기를 나누어 삶의 단계에 대입시키고 있었고, 일정 나이에 이르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노인들이 떨어져 즉사하지 못하자 주민이 다가가 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주민들은 아무렇지 않은 태도를 보입니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잔혹한 광경은 관객에게 강렬한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은 '유전'에서도 보여주었듯 소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미드소마에서도 음향을 통해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관계의 붕괴와 상실감을 다룬 드라마적 완성도
미드소마는 단순한 오컬트 호러 영화를 넘어 한 커플의 관계 붕괴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주인공 대니는 극심한 조울증을 겪고 있는 동생 테리의 자살과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끔찍한 가족 비극을 겪습니다. 이러한 트라우마 속에서 대니는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에게 의존하게 되지만, 크리스티안은 이미 대니와의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하는 상황입니다. 크리스티안은 친구들과 대니와 헤어지는 것을 상담하고 있었고, 스웨덴 여행에 대니를 초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불균형과 감정적 거리감은 영화 내내 지속됩니다. 대니가 가족의 죽음으로 힘들어할 때도 크리스티안은 진심 어린 위로보다는 형식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펠레가 대니의 가정에 대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낼 때도 크리스티안은 무심하게 반응합니다. 여행 중에도 크리스티안은 마을에 대한 논문을 쓰는 데만 관심이 있었고, 대니의 감정적 필요는 외면합니다. 심지어 친구 조쉬와 논문 주제를 두고 다투면서도 대니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대니가 메이퀸 춤 대회에서 우승해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 때도 크리스티안의 관심은 다른 여성인 마야에게 쏠려 있었습니다. 결국 크리스티안이 마야와 잠자리를 갖는 장면을 목격한 대니는 또다시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때 마을 사람들은 대니를 위로하며 그녀가 내는 소리를 다 같이 내며 대니의 감정에 동화됩니다. 이는 크리스티안과의 관계에서 결코 받지 못했던 진정한 공감과 연대감이었습니다. 작품은 외지인들이 오컬트 집단에게서 느끼는 공포를 다룬 호러 영화의 스토리에 한 커플의 이별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공포를 조성하는 도구로만 활용되고 끝나는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과 차별화됩니다. 관객들이 매력을 느끼고 몰입하여 볼 만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잘 구축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오컬트 의식과 상징으로 완성된 독특한 결말
미드소마의 마을은 겉으로는 평화로운 공동체지만, 그 내면에는 기괴한 전통과 의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교육용 건물에 그려진 그림들은 러브스토리라고 설명되지만 내용이 상당히 기괴합니다. 이 마을의 젊은이들은 각자의 집이 없고 모여서 한 건물에서 함께 생활합니다. 수많은 인원이 탁 트인 건물에서 다 같이 자는 모습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재하지 않는 집단주의적 공동체를 보여줍니다.
마을 사람들은 여행객들을 크게 반긴다 싶었지만, 실제로는 90년마다 열리는 축제의 재물로 삼기 위해서였습니다. 무사히 떠났다고 믿었던 코니와 사이먼은 이미 희생되었고, 마크 역시 얼굴 가죽이 벗겨진 채 살해됩니다. 조쉬는 밤에 몰래 도서관에서 책을 사진으로 찍다가 마크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사람에게 머리를 맞아 죽습니다. 크리스티안이 먹은 빵에서 이물질이 나오고 그의 음료만 더 붉은 색이었던 것은, 영화 중반에 나온 천에 그려진 그림을 다시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야가 크리스티안을 유혹하기 위한 주술적 의식이었던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추첨을 통해 재물이 될 사람을 뽑는데, 메이퀸이 된 대니가 마지막 제물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대니는 크리스티안을 선택합니다. 약에 마비된 크리스티안은 저항 한 번 못한 채 곰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다른 희생자들과 함께 건물에 실려 갑니다. 주민들은 고통을 줄이는 약을 먹이고 건물에 불을 붙입니다. 산채로 타들어가는 고통에 크리스티안이 비명을 지르자 밖에 있던 주민들도 함께 아파하며 비명을 지릅니다. 이는 앞서 대니의 감정에 동화되었던 장면과 대비되는 집단적 공감의 의식입니다.
그 모습을 보던 대니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결말에 대한 해석은 다양합니다. 여태까지 많은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다가 마을 사람들과 진정으로 한 가족이 되었음을 느끼면서 그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면서 오는 미소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외면하고 배신한 크리스티안에 대한 복수의 쾌감일 수도 있고, 비극적 트라우마로부터의 해방감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대니가 마침내 진정한 소속감과 받아들여짐을 느꼈다는 점입니다.
미드소마는 결말을 보고 나면 '이게 뭐지' 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이해가 되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 플로렌스 퓨와 그 외 조연들의 열연은 캐릭터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은 포크 호러 장르의 영화로서, 소재 자체는 전형적이지만 그 연출은 기존의 클리셰를 깬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작품의 드라마나 캐릭터 활용 측면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들이 많으며,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인간관계와 감정의 복잡성을 탐구한 수작으로 기억될 만합니다.
[출처]
(영화리뷰 결말포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작품" 극찬!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지옥: https://youtu.be/nkDCo0cpZ4Y?si=GgSvtzcmTU_lGvv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