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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 속 상징적 장치, 내적 갈등, 작가의 투쟁

by anmoklove 2025. 11. 9.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의 거장과 마르가리타(The Master and Margarita)는 러시아 문학사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도 도발적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1930년대 소련이라는 억압적인 정치체제 아래에서 예술과 자유, 신성과 악, 현실과 환상, 사랑과 희생이라는 주제를 교차적으로 탐색하며, 한 작가의 창작 고통과 저항, 그리고 인간 존재의 구원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아낸다. 불가코프는 이 작품을 1928년부터 1940년 사망 직전까지 집필했으며, 완성본은 그가 사망한 후 1960년대 중반에야 검열을 피해 일부 형태로 처음 공개되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서구와 동구의 문학 형식, 성경과 악마 전설, 정치풍자와 로맨스, 메타픽션적 구조까지 결합한 다층적인 문학적 실험이자, 예술가의 내면을 통찰하는 심오한 철학서이다.

본문에서는 이 소설의 상징적 장치, 내적 갈등, 작가의 투쟁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 속 상징적 장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주요 서사 구조를 가진다. 하나는 1930년대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악마 볼란드(Woland)가 인간 세계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다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여기서는 예슈아 예하노츠리)와 빌라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고대 예루살렘의 이야기로, 소설 속 작가인 ‘거장(The Master)’이 집필 중인 미완의 소설이다. 이 두 이야기 구조는 병렬적으로 진행되면서 서로를 비추고, 대비하며, 독자에게 다층적인 의미를 전달한다.

볼란드와 그의 일행—고양이 베헤모트, 마법사 아자젤로, 흑마녀 헬라 등—은 모스크바에 등장하여 예술인, 관료, 언론인 등 당시 소비에트 사회의 위선적 인물들을 조롱하고 응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등장은 단순한 환상적 설정이 아니라, 전체주의와 검열, 억압에 대한 비판을 담은 상징적 장치다. 볼란드는 악마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보다 더 도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사회의 위선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동시에 등장하는 예루살렘 이야기에서는 진실을 외면하고 정치적 타협을 택하는 빌라도의 고뇌와, 순수한 인간 예슈아의 진실성이 대비된다. 이 서사는 역사적 진실, 인간의 도덕적 선택, 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두 이야기 구조는 환상과 현실, 고전과 현대, 신화와 일상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에게 복합적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불가코프는 이러한 이중 구조를 통해 문학의 힘, 특히 '금지된 이야기'의 존재 의미를 강조한다. 거장이 쓴 예수 이야기 자체가 사회에서 금기시되며, 검열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예술과 진실이 억압받는 당대 소련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환상적 리얼리즘(fantastic realism)이라는 형식을 통해 문학이 현실을 어떻게 초월하고 반영할 수 있는지를 문학적으로 실험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내적 갈등 사랑과 구원의 주체

이 소설의 핵심 감정 축은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관계이다. 거장은 작가로서 예수와 빌라도에 대한 소설을 집필하지만, 당시 사회의 검열과 비난, 자기 검열에 짓눌려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그는 예술적 진실을 담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문학적 절망과 사회적 고립 속에 살아간다. 그의 자아는 창작과 현실 사이에서 파열되며, 작가로서의 자존감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사이에서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마르가리타는 거장의 연인이자, 그를 구원하려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녀는 사회적으로 부유한 남성과 결혼했지만, 거장과의 사랑을 통해 진정한 자아와 욕망을 깨닫게 된다. 마르가리타는 거장이 사라진 후에도 그의 존재와 문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결국 악마 볼란드와 계약을 맺고 ‘마녀의 밤’에 여왕으로 군림하는 대가로 거장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마르가리타는 여기서 단순한 연인이 아닌, 인간 정신의 자유와 창조를 회복시키는 매개자, 나아가 사랑을 통해 구원을 실현하는 주체적 여성으로 그려진다.

마르가리타는 또한 이 작품 전체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초자연적 세계에 들어가고, 그 세계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환상과 현실, 이승과 저승, 윤리와 욕망 사이에서 고통받지만, 결국 그 모든 경계를 넘어 사랑과 구원의 주체로 자리잡는다. 이는 당대 러시아 문학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의 능동성과 주체성의 구현으로 평가받는다.

불가코프는 이 두 인물을 통해 예술의 본질, 사랑의 의미, 구원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거장은 작가로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지만, 마르가리타를 통해 다시금 자기 존재를 회복하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육체적, 감정적 차원을 넘어, 인간 정신이 억압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으로 제시된다. 결국 볼란드는 이 둘에게 "안식의 공간"을 허락하며, 이 세계에서는 실현될 수 없는 구원을 그들만의 평행 세계에서 이루게 한다.

작가의 투쟁 시대의 문학 현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단지 환상적인 이야기나 연애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검열과 억압의 시대에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저항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선언문이다. 불가코프는 이 작품을 생전에 발표하지 못했으며, 소련 정부의 탄압 속에서 여러 번 원고를 불태우고 다시 집필했다. 이러한 집필 과정 자체가 문학적 저항의 역사이자, 언어와 사유의 자유를 향한 작가의 투쟁이었다.

작품 속에서도 ‘거장’이 쓴 소설은 출판 불허, 사회적 비난, 개인의 자괴감을 낳는 금기적 이야기다. 이는 종교, 역사, 인간 양심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현실을 고발한다. 소설 안에서 진실을 말하려는 모든 시도는 좌절되며, 마법과 환상이 아니면 그 진실은 전할 수 없는 세계가 된다. 이것이 바로 불가코프가 살아갔던 시대의 문학 현실이었다.

하지만 불가코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볼란드를 통해, 예술이 마법이 될 수 있고, 진실이 비유와 상징을 통해 전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볼란드는 악마이지만, 동시에 정의의 대리인이며, 진실을 드러내는 자로 작동한다. 이는 당시의 권력보다 오히려 악마가 더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진실은 신이 아닌 악마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세계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출간 이후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금서로 유통되면서도 계속해서 읽히는 작품이 되었다. 그것은 단지 스토리의 기발함 때문이 아니라, 문학이 진실을 말하는 방식, 현실을 초월하여 저항하는 방식, 기억되지 않은 역사와 목소리를 복원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사유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원고는 타버리지 않는다(Рукописи не горят)”라는 유명한 구절처럼, 진실한 문학은 억압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으며,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문학적으로 증명한 고전이다.

오늘날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단지 러시아 문학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억압적 체제 속에서 언어와 상상력이 어떻게 인간 정신의 해방을 가능케 하는지를 보여주는 보편적 서사로 읽힌다. 불가코프는 현실의 암흑 속에서 사랑, 예술, 진실을 지켜낸 작가였으며, 그의 이 유작은 20세기 문학이 도달한 가장 빛나는 성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