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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후 속 근대적 자아, 도덕과 윤리, 모순된 위치

by anmoklove 2025. 11. 15.

소설 그 후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는 일본 근대문학의 정점에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메이지 후기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개인의 자의식, 도덕과 욕망의 갈등, 그리고 사회 제도와의 충돌을 치밀하게 그려낸 심리소설이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시 일본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개인이 어떻게 고립되고, 자율성과 윤리를 놓고 고뇌하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근대적 자의식을 가진 인간형으로,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사고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기 내면에 정직하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모든 사회적 연줄과 기득권으로부터 단절된다.

이 글에서는 그 후를 세 가지 중심 축으로 분석한다. 근대적 자아, 도덕과 윤리, 모순된 위치 세 가지가 그것이다. 그 후는 단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나 삼각관계의 비극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인간 질문에 대한 성찰이다. 이 작품을 통해 나쓰메 소세키는 문학을 철학과 연결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펼쳐 보인다.

소설 그 후 속 근대적 자아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는 메이지 시대의 전형적 엘리트로,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적 배경도 탄탄하지만, 직업도 없이 부모의 재산에 기대어 살아간다. 그는 안락한 일상을 영위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회의와 불안을 느낀다. 그 불안은 단지 직업이 없거나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따라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사고하는 인간’, 즉 근대적 자아를 가진 인물이며, 전통과 타율, 그리고 근대화된 사회 구조 속에서 깊은 갈등을 겪는다.

다이스케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 인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삶에 대한 외적 판단보다 자신의 내면적 감정과 윤리를 우선시하며, 사회적 기대나 타인의 시선에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자의식은 사회적 실천과 결합되지 못한 채 공허한 사유로 머무르고, 결과적으로 그는 현실로부터 고립된다. 그는 ‘살아가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생각하는 인간’이며, 그 사유는 점점 그를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시키는 장치가 된다.

이러한 다이스케의 인물상은 나쓰메 소세키 자신의 내면을 투사한 것으로 자주 해석된다. 실제로 소세키는 영국 유학 중 극심한 고독과 자아 분열을 경험했으며, 이후 그의 소설에는 항상 자의식이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이스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으며, 그는 현대 일본 문학사에서 가장 ‘고립된 자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 중첩된 갈등이야말로 그 후의 가장 비극적인 심리 구조다.

도덕과 윤리 현대적 인간

그 후에서 중심 서사는 다이스케와 미치요, 그리고 하라이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미치요는 과거 다이스케가 사랑했지만, 그에게 아무런 확답을 받지 못한 채 하라이와 결혼한 여성이다. 다이스케는 미치요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향한 감정을 다시 자각하게 된다. 이 감정은 단순한 추억이나 동정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의 욕망이며, 동시에 다이스케가 사회적 제도와 윤리를 넘어 자신의 감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의 핵심이다.

그러나 다이스케는 단순히 그녀를 되찾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이 그러한 선택을 할 ‘도덕적 자격’이 있는지를 자문한다. 그는 미치요의 남편인 하라이와 친구였고, 이들의 결혼이 자신과의 관계 단절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다이스케는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할 수 있는 내면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도덕과 윤리를 넘어설 수 있는 정당성을 갖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이스케가 기존의 가족 질서나 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단순히 사랑을 쟁취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미치요를 향한 감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단절, 가족과의 절연, 경제적 독립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코 영웅적이거나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감정에 대한 진실함과 그에 따르는 고통의 수용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극적인 실존적 결단이다.

결국 다이스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는 미치요와 재회하지 못하고, 가족과도 단절되며, 일자리도 없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 속에서 철저히 고립되고, 책임을 혼자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고립이야말로 다이스케가 ‘현대적 인간’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러한 결말을 통해, 근대화된 개인이 욕망과 도덕, 감정과 사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이 어떤 대가를 수반하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모순된 위치 현실 비판의 장치

그 후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 묘사에 그치지 않고, 당시 일본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서구화와 근대화를 급격하게 추진했고, 이에 따라 전통적 가치관은 해체되고, 새로운 사회적 질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인은 오히려 더 소외되고, 새로운 질서에 스스로를 적응시키지 못한 채, 정체성과 존재의 불안을 겪게 된다. 다이스케는 바로 그 변화의 중심에서 흔들리는 존재이다.

작품 속에서 다이스케는 ‘일을 하지 않는 자’로 비판받는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직장을 소개하려 하지만, 다이스케는 이를 거절한다. 그는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근대적 자율성과 주체성을 주장하지만, 동시에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나 계획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는 당시 일본 사회에서 유학파 엘리트들이 처한 모순된 위치를 반영한다. 그들은 새로운 지식과 사유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를 실천할 수 있는 사회 구조는 미비했고, 결국 무기력하게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그 후에서 당시 지식인들이 처한 실존적 조건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그는 기존의 연애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정적 고조나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 대신, ‘결정하지 못하는 인간’, ‘선택의 책임을 감당하는 인간’, ‘침묵하고 사유하는 인간’을 중심에 둠으로써, 문학을 현실 비판의 장치로 사용한다. 이 점에서 그 후는 일본 근대문학이 단순한 모방과 감상주의를 넘어, 진정한 철학적 깊이를 획득한 시점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문체 또한 절제되고, 감정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으며, 내면 묘사에 집중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화려한 수사를 피하고, 간결하면서도 단단한 문장으로 인물의 감정과 사고를 서술한다. 이 점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이후 일본 현대작가들의 문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소세키는 특정 사건을 통해 ‘결론’을 내기보다는, 인물의 상태 자체를 끝까지 유지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것이 바로 ‘소세키적 문학’의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는 일본 근대문학의 한 정점이자, 오늘날에도 유효한 인간 존재와 윤리에 대한 성찰이다. 이 작품은 근대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작품이며, 개인의 자유와 욕망, 도덕과 사회 규범 사이의 긴장을 매우 정교하게 드러낸다. 다이스케는 실패한 인물이지만, 그 실패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갈등과 질문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그 후는 단지 과거의 고전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