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은 1968년 이스라엘에서 출간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깊은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결혼 생활의 내적 갈등을 다룬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여성의 심리와 정체성, 억압된 욕망과 정치적 무의식, 그리고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태생적 불안과 분열이 교차하는 고밀도의 문학적 공간이다. 특히 1950년대 중반 예루살렘이라는 도시가 가지는 역사성과 정체성의 위기 속에서, 주인공 한나의 내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적 트라우마와 충돌한다. 아모스 오즈는 이 소설을 통해 개인과 사회,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역사,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의 경계를 해체하며, 이스라엘 문학을 전례 없는 내면성의 지평으로 확장시킨다.
이 글에서는 나의 미카엘을 세 가지 핵심 주제로 분석한다. 첫째, 주인공 한나의 내면 독백을 통해 드러나는 자아의 해체와 무의식의 분출. 둘째,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드러나는 권력의 비대칭성과 남성 중심 구조의 비판. 셋째, 배경으로 등장하는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의 역사적·정치적 상징성과 그가 인물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나의 미카엘은 단지 한 여성의 정신적 고립과 분열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회 전체의 모순과 억압, 긴장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에 소제목을 자아의 비명, 가부장적 구조, 예루살렘 3개의 파트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소설 나의 미카엘 속 자아의 비명
나의 미카엘은 전적으로 주인공 한나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이 독백은 단순한 일기나 회고가 아니다. 그것은 무의식의 흐름이며, 억눌린 욕망과 현실에 대한 반감, 그리고 자아의 분열이 문장과 이미지로 드러나는 정신적 해부의 기록이다. 한나는 남편 미카엘과 결혼했지만, 그는 차갑고 논리적인 성격이며, 한나의 정서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녀는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지만, 점차 정체 모를 불안과 환상, 소외감에 휩싸인다.
소설 속 한나는 끊임없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녀는 과거 유년시절에 괴롭힘을 주었던 아랍인 쌍둥이 소년들을 환상 속에서 되살려, 그들이 자신을 강간하거나 지배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성적 환상을 넘어, 억압된 욕망, 동화되지 못한 타자성, 이스라엘 사회의 분열된 정체성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한나는 또한 종종 현실로부터 도피하여 몽환적이고 파괴적인 상상에 빠지는데, 이는 단순한 히스테리가 아니라, 억제된 자아의 비명이다.
아모스 오즈는 이처럼 한나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문학의 중심에 위치시킨다. 그녀의 목소리는 결코 사회적으로 합의된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녀는 정숙하지도 않고, 모성애에만 집착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스스로의 이기적 욕망과 파괴적 감정에 솔직하다. 이는 당시 이스라엘 문단에서 전례 없는 서술 방식이었으며, 독자들 사이에 극단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병든 여성의 일기’라고 비난했지만, 사실 이 병듦은 사회 구조가 만든 결과이며, 한나의 혼란은 구조적 억압에 대한 무의식적 저항이었다.
또한 이 내면 독백은 문체적으로도 매우 독창적이다. 단속적인 문장, 반복되는 이미지, 시간과 공간의 비선형적 이동은 독자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준다. 이는 단지 서사의 기법이 아니라, 한나가 현실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 자체의 반영이다. 그녀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감정에 압도되며, 점차 자아가 해체되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이 해체는 파괴이자 동시에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문학적 전략이다.
가부장적 구조 배제된 일상
나의 미카엘에서 ‘결혼’은 단지 남녀 간의 사적인 관계가 아니라, 이스라엘 사회의 권력 구조와 도덕적 이데올로기가 응축된 제도적 장치이다. 한나와 미카엘의 결혼은 사랑보다는 안정과 합리, 규범적 선택에 가깝다. 미카엘은 평범하고 성실한 지질학자이며, 한나의 삶에 특별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지만, 그는 자신의 무관심과 냉정함으로 아내를 점차 고립시키고 억압한다. 미카엘은 ‘정상’의 상징이며, 국가가 요구하는 남성성의 구현체이다.
한나는 이런 미카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그녀의 말에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그녀의 감정은 언제나 과장된 것으로 무시된다. 이처럼 아내의 감정과 말하기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은, 일종의 ‘정서적 가스라이팅’이며, 여성의 주체성과 감정이 배제되는 가부장적 구조를 상징한다. 그녀는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하지만, 점점 자신의 역할이 의미 없게 느껴지고, 결국 자아의 중심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혼을 통해 오즈는 이스라엘 사회의 도덕적 기조, 즉 ‘국가에 유익한 가족 단위’로서의 부부 개념을 해체한다. 한나와 미카엘의 부부 관계는 공동체의 안정성을 위한 제도일 뿐, 개인의 행복이나 정체성 실현을 위한 장이 아니다. 한나가 겪는 소외와 좌절은 단지 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이 감정 노동과 여성성을 어떻게 관리하고 억압하는지를 드러낸다. 아모스 오즈는 사랑이 없는 결혼, 말이 통하지 않는 가정, 성과 감정이 배제된 일상이라는 무대를 통해, 사적인 삶에도 정치가 작동하고 있음을 폭로한다.
이 작품의 혁신성은,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의 시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두드러진다. 오즈는 한나를 단지 타자로 재현하지 않고, 그녀의 내면을 가능한 깊이 탐색하고, 그녀의 언어를 통해 세상을 비춘다. 이는 문학의 윤리적 가능성, 즉 타인의 삶과 감정을 상상하고 서술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이처럼 결혼은 소설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 사적과 공적, 젠더와 국가라는 이중적 맥락을 드러내는 핵심 장치다.
예루살렘 인물의 심리와 사회 구조
나의 미카엘의 배경은 1950년대 중반의 예루살렘이다. 이 시기의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의 분단 도시였으며, 서쪽은 이스라엘이, 동쪽은 요르단이 통제하고 있었다. 이 물리적 분단은 곧 도시의 심리적, 역사적 분열을 상징하며, 이중 경계선의 도시는 소설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한나는 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이 도시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녀의 일상은 폐쇄적이며, 외부 세계는 늘 위협적이고 낯설다.
예루살렘은 종교적 신화와 역사, 전쟁과 갈등이 겹쳐진 공간으로, 한나의 내면 불안과 환상의 배경이자 촉진제가 된다. 그녀는 아랍 쌍둥이를 상상 속에서 되살리며, 그들을 통해 억눌린 성욕과 공포, 분노를 표출한다. 이 아랍인 환상은 단지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아니라,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억압된 역사, 식민의 기억, 폭력의 구조가 내면화된 형태로 드러난다. 오즈는 이 환상이 한나의 무의식에서 발화되도록 함으로써, 이스라엘 국가 정체성의 불안정함을 한 인물의 심리로 응축시킨다.
이처럼 예루살렘이라는 장소는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심리와 사회 구조를 결정짓는 적극적 요소로 기능한다. 폐쇄적이고 고립된 도시는 한나의 심리와 일치하며, 그 도시의 역사와 정치적 조건은 그녀가 현실과 소통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의 미카엘은 ‘장소’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문학이 공간을 단지 배경으로가 아니라, 존재 조건으로 사유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결론적으로 나의 미카엘은 아모스 오즈가 선보인 심리소설이자 정치소설, 내면 탐색과 사회 비판이 결합된 복합적 작품이다. 주인공 한나의 내면은 단지 개인의 고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사회 전체의 정체성 혼란과 젠더 권력, 역사적 트라우마를 감내하는 ‘몸’으로 기능한다. 이 소설은 한 여성의 무너져가는 결혼생활을 넘어, 그 시대와 장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억압된 목소리를 증폭시킨다. 아모스 오즈는 이 작품을 통해 이스라엘 문학을 ‘고백의 문학’, ‘고통의 서사’,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시켰으며, 나의 미카엘은 그 상징적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