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리스 레싱의 마사 퀘스트는 여성의식, 식민주의, 계급과 이념 갈등을 통과하며 한 인간이 어떻게 주체로 성장하고 해방을 추구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자, 존재론적 탐구의 문학이다. 이 작품은 ‘폭력의 아이들’ 5부작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이후의 이야기 전개를 예고하는 동시에, 레싱이 평생 동안 천착한 주제들을 압축해 담고 있다. 마사 퀘스트는 자전적 요소가 짙은 인물로서, 20세기 중반 남아프리카 식민지의 억압적 현실 속에서 성장한 한 여성의 내면적 반란과 실존적 투쟁을 상징한다. 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일대기를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속에 내재한 역사적 맥락과 정치적 긴장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문학이 인간 내면과 세계를 사유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증명한다.
이 글에서는 마사 퀘스트를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첫째, 식민주의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는 자아의 긴장과 분열. 둘째, 젠더와 계급의 억압 구조를 넘어서려는 주체의 실천과 모순. 셋째, 레싱이 구축한 서술 방식과 문학적 장치가 독자에게 전하는 해방의 윤리다. 도리스 레싱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역사와 조건을 인식하고 거기서 벗어나려 하는지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마사 퀘스트는 한 개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집단과 세계, 구조와 사유의 이야기이다. 이에 식민주의, 이중적 투쟁, 문학적 거리두기 이라는 소제목으로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소설 마사 퀘스트 속 식민주의
마사 퀘스트는 남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백인 중산층 가정의 딸로 자란다. 이 배경은 단지 지리적·정치적 조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사의 정체성과 세계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장치로 작용한다. 백인 식민지민으로서 마사는 사회적 우월감을 주입받고 자라지만, 동시에 그 체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내면화한다. 이중적인 위치에서 자란 그녀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이질적으로 바라보며, 끊임없는 긴장과 불편 속에서 자아를 형성한다.
마사는 아버지의 권위주의와 어머니의 억압적인 여성상에 반발하며, 가정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권력 구조로부터의 탈주를 시도한다. 그러나 그녀가 탈주하고자 하는 사회 전체는 이미 식민주의적 가치관에 뿌리박고 있으며, 그녀는 그 안에서 자율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마사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이 분열은 단순한 반항심이 아니라, 구조적 억압을 감지하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실존적 저항의 표현이다.
작품에서 식민주의는 단지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자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에 깊이 스며든다. 마사는 흑인들과의 관계, 백인 사회의 위선, 언어와 문화의 왜곡을 경험하며 자신이 속한 세계의 이중성과 부조리를 깨닫는다. 특히 그녀는 피식민 주체와 식민 권력자 사이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자문하게 되며, 이는 그녀가 느끼는 혼란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내적 분열로 이어진다. 이러한 내면의 감각은 곧 그녀의 선택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자아 형성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레싱은 마사의 시선을 통해 식민주의 세계의 내면을 해부한다. 그녀는 주인공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그 체계의 균열을 감지하게 만들며, 자아가 단순히 심리적 주체가 아니라 역사적 산물임을 강조한다. 마사 퀘스트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묻기 전에, ‘나는 어떤 구조 속에서 존재하게 되었는가’를 먼저 질문하게 만들며, 이를 통해 식민주의적 자아 형성의 모순과 비극을 문학적으로 드러낸다.
이중적 투쟁 윤리적 실천의 요구
마사는 식민주의적 체계뿐 아니라, 젠더와 계급이라는 또 다른 억압 구조 속에서 존재한다. 그녀는 백인 중산층 여성으로서 상대적인 특권을 누리지만, 동시에 가부장적 질서와 성별 고정 관념에 의해 억압당한다. 그녀는 어머니 세대의 전통적인 여성상, 즉 결혼과 가정에 헌신하는 삶을 거부하며, 여성으로서의 자율성과 지적 성장의 가능성을 갈망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현실 세계에서는 철저히 차단되어 있으며, 그녀는 이를 깨닫는 순간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마사는 교육을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자 하며, 사회주의적 사상과 페미니즘 담론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녀가 진입하려는 진보적 공간조차도 남성 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으며, 여성으로서 그녀는 이중의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그녀는 사회주의자 남성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사유가 단지 ‘여성적 감정’으로 치부되는 경험을 하며, 정치적 연대 안에서도 성별 위계가 반복됨을 체감한다. 이는 그녀가 단지 ‘계급 해방’이 아니라, ‘젠더 해방’이라는 이중의 실천을 요구받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다.
결혼과 관계에서도 마사는 주체적 실천을 시도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좌절로 돌아온다. 그녀는 자신을 구속하는 관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그녀를 ‘아내’, ‘여성’, ‘타인의 존재’로 환원시키려 한다. 이러한 환원은 단지 사회적 억압이 아니라, 마사의 내면에도 각인되어 있는 젠더 코드로 작동하며, 그녀는 자신이 과연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있는지, 혹은 구조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레싱은 마사의 이중적 투쟁을 통해, 해방이 단일한 층위에서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한다. 그녀는 계급적 해방을 추구하면서도, 젠더적 해방 없이는 진정한 자유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해방이라는 개념 자체의 복잡성과 다층성을 드러낸다. 마사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이며, 그 질문은 주체적 사유의 시작점이자 끝없는 윤리적 실천의 요구다.
문학적 거리두기 비판적 독서
도리스 레싱은 마사 퀘스트에서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가 아니라, 문학을 통해 존재의 조건을 질문하고, 독자와 윤리적 연대를 맺으려는 작가로 자리한다. 그녀는 단순히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인물이 살아가는 구조적 맥락과 사회적 관계망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문학이 윤리적 사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구조 속에서 자라왔으며, 어떤 억압을 내면화하고 있는가?
마사 퀘스트는 독자에게 쉽고 친절한 이야기를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위치와 의식을 재점검하게 만든다. 이는 레싱 문학의 핵심 미덕이며, 문학이 단순한 감상의 공간이 아니라 사유와 실천의 공간임을 명확히 한다. 작가는 독자를 감동시키기보다는, 깨우치게 하고, 흔들리게 하며, 사유하게 한다. 이 점에서 마사 퀘스트는 성장소설인 동시에 실존주의 소설이며, 독자 역시 그 실존의 경계에 서게 되는 참여자다.
또한 레싱의 서술 방식은 일인칭과 삼인칭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주인공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교차적으로 조명한다. 이 방식을 통해 독자는 마사의 시선을 따라가면서도, 그 시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감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문학적 거리두기의 한 방식이며, 독자가 단순히 감정 이입이 아니라, 비판적 독서를 수행하게 만드는 장치다. 레싱은 독자를 가르치거나 계몽하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질문의 장을 열어놓고, 거기에 함께 머물기를 요청한다.
결론적으로 마사 퀘스트는 단지 한 여성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식민주의, 계급, 젠더, 사유와 해방의 복잡한 결들을 따라가며, 인간이 어떻게 자신을 인식하고, 구조를 의심하며, 세계와 대면하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하는 문학적 여정이다. 도리스 레싱은 이 작품을 통해 문학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그것에 윤리적으로 응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독자에게는 불편하지만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마사 퀘스트는 질문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그리고 있으며,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