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속 감정노동, 조직문화, 일의 의미

by anmoklove 2025. 10. 29.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현대 사회의 일터를 살아가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정확히 짚어낸 작품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비교적 신선한 배경을 통해 드러나는 조직문화의 현실, 일하는 사람들의 감정노동, 그리고 무력감과 회복 사이의 여정을 섬세하고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본 글에서는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속 감정노동, 조직문화, 일의 의미를 중심으로 책의 메시지와 독서 포인트를 보다 깊이 있게 해석해본다.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속 감정노동

일의 기쁨과 슬픔이 주는 가장 첫 번째이자 강력한 메시지는 바로 ‘감정노동’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경험하지만 말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 이 감정노동은, 작가에 의해 아주 현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진다. 주인공은 한 중고 거래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고, 클레임에 대응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을 ‘관리’한다. 이는 단순한 업무 스킬이 아닌 감정의 통제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부분이다.

특히 주인공이 어떤 고객에게 상냥하게 답장을 보낸 뒤, 그 안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감정노동이 내면을 어떻게 소모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진심이 아닌 말, 내 뜻과는 다른 행동이 반복되면서 결국 '나'라는 사람의 본래 감정이 지워지는 것이다.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은 업무 중에서는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것으로 치부되며, 결국 '기계적 인간'으로 변해가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장류진은 이런 감정의 부재를 굉장히 조용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표현한다. 감정은 업무의 일부가 되었고, 그에 따라 무뎌지고, 그리고 마침내는 잊혀진다. 우리가 감정노동이라는 단어를 쉽게 이야기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무게 속에서 자기를 잃어가는지를 깨닫게 만드는 문장들이 이 책에는 넘쳐난다.

그러나 책은 이런 감정의 사라짐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작은 기쁨과 진심어린 말 한 마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감정을 '포기'하지 않았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도 함께 보여준다. 단순히 피로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인간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단순한 공감서가 아니라, 철학적 메시지를 지닌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조직문화 속 스타트업은 자유로운가?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자유롭고 수평적이며 창의적인 환경'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환상을 해체한다. 작품 속 조직은 분명히 스타트업이지만, 자유는 제한적이고 수평은 명목상의 구조일 뿐이다. 회의는 자율적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팀장의 눈치를 보게 되며, 자유복장은 허용되지만 내부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장 분위기로 흘러간다. 이처럼 ‘자율’은 형식에 머무르고, 조직문화는 보이지 않는 위계로 굴러간다.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함께 오는 과도한 업무량, 불확실한 고용 안정성, 잦은 변경과 회의 없는 결정들. 이 모든 요소들이 주인공의 일상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책은 이러한 현실을 감정적으로 호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현실의 냉혹함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또한 인간관계의 문제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주인공은 동료들과 끈끈한 연대를 맺기보다는 경쟁과 거리감을 더 자주 경험한다. 동료의 실패는 곧 내 업무 증가로 이어지고, 상사의 질책은 팀 전체의 분위기를 경직시킨다. 퇴근 후에도 카톡은 울리고, 사적인 공간마저 침범당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조직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소외되고, 동시에 얼마나 많은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해야 겨우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조직이 가족처럼 따뜻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이기적인 생존의 공간임을 깨닫게 된다. 장류진은 그런 조직의 민낯을 폭로하지 않고, 오히려 고요하게 묘사함으로써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일의 의미 찾아보기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일해야만 할까?”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의 의미를 애써 설명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의 무의미함'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다.

책 속 주인공은 어떤 대단한 목표나 성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살아남기 위해’ 일한다. 이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아 있다. 이상과 열정은 점점 잊혀지고, 대신 생존과 안정을 위한 반복적인 노동이 일의 중심이 된다. 그런 반복 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사소한 기쁨, 이를테면 팀원이 웃으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한 마디, 고객의 진심 어린 피드백, 팀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잠깐의 만족감 등이 ‘기쁨’의 전부가 된다.

이러한 기쁨은 작고 사소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일의 기쁨’이다. 보너스나 승진 같은 외적인 성취보다도, 나의 일에 누군가가 감동하거나, 내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임을 작가는 은연중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쁨을 ‘의미’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은 오직 개인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회사는 기쁨을 주지 않는다. 조직은 감동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할 때, 우리는 기쁨과 슬픔을 구별할 수 있고, 나아가 기쁨을 더 가까이 놓을 수 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지금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회사 이야기나 감정노동에 대한 고발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을 잃어가는 현대인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시 온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문학적 도구다.

우리는 매일 일하고, 일 속에서 기쁨을 느끼거나 슬픔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러나 종종 그 기쁨은 너무 작고, 슬픔은 너무 크다. 그런 현실 속에서 이 책은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위로가 된다.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아마도 다시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이전보다 더 나를 들여다보고, 타인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에게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그 자체로 현실의 문학이며, 치유의 언어다. 일의 무게에 지친 당신이라면, 이 책이 아주 작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