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개봉하며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300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대작이지만, 아쉽게도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본격 퓨전 판타지를 실사 영화로 만드는 첫 시도였기에 더욱 큰 관심을 받았으나, 결과물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원작 존중 부재: 전지적 독자 시점의 핵심을 놓치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원작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원작을 영화로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원작이 가지고 있는 주된 메시지와 중요한 요소들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각색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독시 영화는 이러한 기본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원작에서 김독자와 작가의 관계는 상호 작용하는 존재였습니다. 작가가 세계를 창조해 낸 사람이라면 독자는 그 안의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김독자는 멸살법이라는 작품을 3,419회차까지 읽으며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 독자들이 떠나가는 고구마 구간에 대한 안타까움, 유일한 독자로 남아 끝까지 작품을 본 히로해락과 애증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단순한 악플러로 변형시켰습니다. 김독자가 작가에게 "작가님의 작품은 최악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원작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한 것입니다. 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와 시선이 중요한 전독시에서 이러한 설정은 작가와 독자의 관계를 근본부터 흔들어 놓았습니다. 작가도 "결말을 네가 맘대로 바꿔 보세요"라며 마치 시험을 내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원작이 가진 깊이 있는 관계성을 단순화시킨 결과입니다.
더욱이 김독자의 독자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들이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원작에서는 작가가 멸살법 택본을 메일로 보내 김독자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두 알 수 있었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생략해 김독자가 단순히 기억에만 의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제사회벽이나 책갈피 같은 독자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는 스킬들도 전부 삭제되었습니다. 이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이미 영화는 충분히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있었기에 이러한 삭제가 과연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캐릭터 왜곡: 김독자는 더 이상 독자가 아니다
원작의 김독자는 긍정적이고 주변 사람들을 이끄는 인물이었습니다.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로서 미래를 알고 있고, 특별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유중혁을 3,419회차 동안 지켜본 독자로서 그를 믿고 있었고, 제사회벽 덕분에 정신 공격에도 면역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주변 사람들을 죽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함께 가려는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 김독자는 겁이 많고 나약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비정규직 청년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계약이 끝나고 알바를 해야 하는 오늘날 청년들의 문제 의식을 담으려 했지만, 이는 원작의 김독자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그린존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원작에서 김독자는 그린존을 차지하자는 말을 한 번 했지만 정의원 등이 거부하자 바로 플랜 B를 제시하며 동료들을 바른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좌절하고 혼자 살겠다고 그린존 위에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장면은 원작에도 없는 내용으로, 김독자를 너무 없어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약한 청년, 정신적으로 약한 독자를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캐릭터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멸살법의 유일한 독자이고 미래를 알고 있는 인물이 너무 쉽게 좌절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유중혁과의 관계도 원작과 달리 너무 안 좋게 그려지며, 유중혁마저 모든 인간을 벌레 취급하는 흑화된 존재로 묘사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원작에서 김독자는 디펜스 마스터라는 성좌와 계약을 맺는 등 독자로서의 특별한 능력을 활용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저 칼이나 휘두를 줄 아는 평범한 캐릭터로 전락했습니다. 이는 김독자라는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정의원 역시 감정 없는 냉혈한 암살자로 변모했고, 유상아의 역할도 축소되는 등 주변 인물들의 표현도 아쉬웠습니다.
CG 퀄리티 문제: 300억이 무색한 비주얼
전지적 독자 시점은 300억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상업 영화가 보통 100억 정도의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세 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그러나 결과물의 CG 퀄리티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게임의 시네마틱 영상보다도 구현률이 낮아 보였고, 후반으로 갈수록 중국스러운 게임 그래픽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상태창을 실사 영화에서 구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2D로 그려진 웹툰이나 3D 게임 그래픽에서는 상태창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현실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상태창이 떴을 때의 위화감은 극복하기 어려웠습니다. 영화 속 상태창의 모습은 유치하게 느껴졌고, 이러한 간극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도깨비가 등장해 교태를 부리고 눈으로 쏴서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웹툰에서는 자연스러웠지만 실사에서는 보기 괴로웠습니다.
시지의 질정 문제보다는 색감 문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연색을 강조한 알록달록한 빛들이 영화의 비주얼을 망치고 있었고, 특히 마지막 장면은 중국 무협을 보는 것 같은 가벼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화를 한국 버전으로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실사화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면 이는 좋은 평가가 아닙니다. 거대한 크리처들을 화면에 보여줘야 하는 퓨전 판타지의 특성상 CG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실패한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전투 장면은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세계가 설득력을 주고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데, 어느 순간 만화가 되어버려 현실도 아니고 환상도 아닌 이상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갑옷을 벗기면 반드시 죽는다는 설정을 넣어가며 공략을 진행하고 죽은 유중혁을 살리는 등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변질되었습니다. 대사도 너무 나빴는데, "아 이걸 입으면 저도 잘 싸우게 되나 봐요" 같은 대사는 관객들에게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원작이 가진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원작 존중 없이 제작된 결과, 처참한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입니다. 한국 영화가 본격 퓨전 판타지를 실사화하는 첫 시도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큽니다. 김독자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왜곡되고, CG 퀄리티마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원작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300억이라는 제작비가 무색한 결과물로, 한국 영화의 미래를 논하는 중요한 작품이 이런 결과밖에 내지 못한 것은 충격적입니다.
[출처]
전독시 실사화, 그 처참한 완성도에 대해서: 전지적 독자 시점 리뷰 - YouTube
https://youtu.be/2_F7Vny9K6Q?si=Gx0JTCU-iKLSxgW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