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 4위에 오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는 2017년 영화 '조작된 도시'를 모태로 한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지창욱과 도경수라는 두 배우의 대결 구도가 핵심인 이 작품은 복수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탈출극에 가까운 서사 전개를 보여줍니다. 원작 영화보다 훨씬 확장된 세계관과 모범택시 각본가의 집필로 재탄생한 이 시리즈는, 무거운 톤을 유지하며 현실감 있는 범죄 스릴러로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있습니다.
지창욱 도경수의 숙명적 대결 구도
조각도시의 가장 큰 매력은 지창욱이 연기한 박태중과 도경수가 맡은 조각가 요한의 대립 구조입니다. 박태중은 억울하게 강간 살인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로, 그를 이 지옥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바로 조각가 요한입니다. 요한은 "사후 경호"라는 독특한 개념을 내세우며 범죄 현장을 완벽하게 조작하는 인물로, 피해자의 모든 조각들을 수집해 가공하여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드는 악마적 능력을 지녔습니다.
작품 속에서 요한은 태중의 집이 비어있는 틈을 타 그의 모든 것을 수집하고, 심지어 여자친구와 관계했던 콘돔 조각까지 범죄 증거로 가공합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조각의방에서 3D 스캔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CCTV를 분석하여 "아무런 힘이 없는 무고한 배달부"인 태중을 범인 후보로 지목하는 과정은 소름 끼칠 정도로 치밀합니다. 요한에게 태중은 수백 명의 조각 선수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태중에게 요한은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원수입니다.
이 두 인물의 첫 대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요한이 운영하는 데스 레이싱 게임 중 면담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요한은 태중이 자신이 나락으로 보낸 조각 선수였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태중은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지창욱은 복수심으로 불타면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태중을, 도경수는 순수악 그 자체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요한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킵니다. 특히 도경수가 연기한 요한의 "재밌잖아요"라는 대사는 그의 사이코패스적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복수극을 넘어선 탈출극의 서사
조각도시는 표면적으로 복수극의 구조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탈출극에 더 가깝게 전개됩니다. 태중은 교도소 최악질 11명과 함께 요한이 기획한 데스 레이싱에 강제로 참여하게 됩니다. "무규칙이 규칙"이라는 설정 아래 진행되는 이 레이싱은 50억의 상금을 내걸고 있지만, 요한의 진짜 목적은 상금이 아닌 "재미"를 위한 것입니다. 그는 "저 사람들은 여기서 아무도 못 나간다고 봐야죠"라고 말하며 처음부터 생존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각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차량의 스펙은 천차만별이며, 이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출발 30초 만에 사상자가 발생하고, 최악의 범죄자들만 모인 공간에서 폭력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갑니다. 하지만 태중의 목적은 애초부터 우승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11번 차가 아닌 9번 차로 바꿔타고, 바이크로 갈아타 전속력으로 탈출을 시도합니다. 요한이 갑작스럽게 "바이크를 잡는 사람이 우승자"라는 룰 변경을 통해 100억의 현상금을 태중의 목에 걸지만, 태중은 끝까지 살아남으며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관객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최종보스 요한과의 제대로 된 한판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탈출과 생존의 과정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지창욱과 양동근 배우의 원테이크 혈투신은 핸들로 촬영되어 현장감을 극대화시키며, 한층 거대해진 스케일의 레이싱과 액션 장면들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태중이라는 "퀴벌레 같은 존재"는 요한에게 생애 처음 보는 변수이자 버그 같은 존재로, 언제나 모든 것을 자신의 의도대로 조각해온 요한의 이성을 흔들어놓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서의 확장된 세계관
조각도시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원작 영화보다 훨씬 넓어진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가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안에 이야기를 압축했다면, 시리즈로 제작된 조각도시는 여러 에피소드에 걸쳐 인물들의 심리와 배경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특히 모범택시의 각본가가 집필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부조리와 권력형 범죄에 대한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작품은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건 선택받은 1%의 사람들"이라는 요한의 대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냅니다. 요한은 부유층의 자녀들이 저지른 범죄를 은폐하고, "트라우마 생기지 않게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이라도 보내 주세요"라며 진범의 안위만 걱정합니다. 반면 태중은 무고하게 강간 살인범으로 낙인찍혔을 뿐만 아니라, 요한에 의해 동생까지 죽임을 당하며 모든 것을 잃습니다. 이러한 극명한 대비는 현실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디즈니플러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만큼, 조각도시는 제작비와 스케일 면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조각의방의 비주얼, 대규모 레이싱 신, 그리고 폐공장을 배경으로 한 압도적인 액션 시퀀스는 극장 영화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내내 무거운 톤을 유지하며 현실적으로 보이려는 연출 의도는 오락성과 메시지 전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제작진의 고민을 보여줍니다.
조각도시는 복수와 정의, 그리고 생존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사회 비판을 놓치지 않은 수작입니다. 지창욱과 도경수의 열연, 탈출극으로서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서의 완성도 높은 제작은 이 작품을 2025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최종보스와의 대결을 보기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점은 일부 관객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깊게 만드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4)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 4위 등극한 2025 역대급 신작.. 최악의 싸이코패스 빌런, 이광수 등장..ㄷㄷ ≪조각도시≫ - YouTube
https://youtu.be/ZOKTpMQ1pzY?si=9IZSnAdA3ZbfRz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