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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딸 리뷰 (원작 존중, 각색의 성공, 전독시 비교)

by anmoklove 2026. 2. 5.

좀비딸

영화 '좀비딸'은 이윤창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2025년 여름 극장가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과 '판타스틱 4포 새로운 출발' 사이에서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원작 팬들과 일반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원작 웹툰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원작 훼손 논란을 피하고, 오히려 원작의 감성을 충실히 구현해낸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원작 존중: 웹툰 영화화의 모범 사례

좀비딸이 다른 웹툰 원작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원작에 대한 깊은 존중과 고증입니다. 영화화 과정에서 각색은 불가피하지만, 좋은 각색과 나쁜 각색을 가르는 기준은 명확합니다. 원작의 결을 지키고 근간을 뒤흔들지 않으면서도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게 변화를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좀비딸은 이 기준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도입부에서 수화가 좀비로 변하게 되는 과정은 원작의 일부를 생략했을지언정 중요한 요소는 그대로 간직했으며, 이윤창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마저 영화로 구현해냈습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이 "저게 말이 돼? 설마 원작도 이래?"라고 의문을 가질 만한 장면들 대부분이 실제로 원작에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 놀랍습니다. 이는 제작진이 원작의 독특한 감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옮기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주인공 아빠의 직업이 원작과 달라진 것은 영화만의 특성에 맞춘 현명한 변화였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이재에게 총을 줘서 캐릭터의 근본을 훼손하고도 설득력 낮은 변명만 늘어놓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좀비딸은 영화의 특성에 맞춘 변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면서도 개연성까지 보강했습니다. 웹툰에 등장하는 애옹이까지 등장시켜 원작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정은 배우가 연기한 김밤순 할머니는 채구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웹툰 속 캐릭터를 완벽하게 재현했습니다. 성격과 말투까지 그대로 구현된 김밤순 캐릭터는 원작을 존중하는 좀비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각색의 성공: 2시간 안에 담아낸 원작의 정수

2시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에 웹툰의 방대한 에피소드를 담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좀비딸은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정말 중요한 요소만 골라 압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정신이 산만하거나 혼란스럽다는 인상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원작의 핵심 에피소드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 서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갔습니다.
원작에서 인상적이었던 불청객 등장 장면이나 수화가 학교에 가는 에피소드 역시 각색을 통해 용케 압축되어 좋은 효율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영화만을 위해 새롭게 도입한 춤 장면은 탁월한 창작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주인공과 관객 모두가 딸을 회복이 불가능한 좀비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는 극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바닷가에서의 훈련, 놀이공원에서 보내는 시간, 그리고 잠시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까지 세 가지 원작에 없던 장면들은 모두 서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한 원작이 연재될 당시와 달리 코로나를 직접 겪은 관객들의 실체적 경험을 의식해, 좀비가 된 딸을 몰래 모셔한다는 설정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습니다. 주인공이 딸을 보호하려고 드는 동기와 명분을 제공하는 이러한 장치들은 원작과 다른 변화였지만 시대적 맥락을 고려한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조정석과 최유리 배우의 완벽한 싱크로는 물론, 정경호 배우가 연기한 동백 캐릭터도 큰 웃음을 선사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제작진은 예술의 혼을 태우겠다는 무리한 욕심 대신, 원작의 노선을 오롯이 유지하면서도 상업 영화의 문법에 맞추는 균형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독시 비교: 원작 각색의 명암

좀비딸과 전지적 독자 시점은 공교롭게도 유명하고 인기 높은 원작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고작 일주일의 시간을 두고 개봉해 관객들의 비교가 불가피했습니다. 그러나 이 대결에서 좀비딸의 압승은 명백했습니다. 전독시가 원작에 대한 존중과 고증에서 좀비딸에게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애초에 영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화로 만들겠다는 객기 어린 도전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객기가 객기에 머물렀고, 영상화에 필요한 묘수는 찾기 힘든 와중에 영화라는 틀에 넣으려고 원작을 구기는 걸로는 부족해 아예 갈기갈기 찢어 형태가 달라진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예고편에서 이지혜에게 총을 주어진 것을 보고 영화를 보면 그 파격적인 변화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겠지라고 기대했으나, 아무런 설명도 없이 넘어가는 것을 보고 관객을 우롱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좀비딸은 원작이 연재 중이었을 때의 반응을 참고해 수정을 가한 설정도 영화만의 장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에 원작을 담느라 부성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면서 수화의 역할이 적어진 점, 그리고 노골적인 신파 장면이 추가된 점 등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는 대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허용 가능한 정도였습니다. 결말 역시 원작과 달라서 마음에 드는 부분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반반이었으나, 전반적으로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무난하게 영화로 옮긴 것에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좀비딸은 원작을 모르는 분들에게도 거부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이윤창 작가의 유머 코드를 보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기특했습니다. 물론 원작과 다르게 과장이 더해지긴 했으나, 이는 상업 영화의 문법에 맞추느라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전독시를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평가가 달랐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2024년 여름 극장가와 정부에서 배포한 할인권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좀비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의 작은 투정은 있을지언정, 원작을 최대한 살리려는 감독의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나 여름 극장의 승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좀비딸 리뷰 – 전독시가 실패한 두 가지 이유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 https://youtu.be/i8yIps0-85A?si=xmrNChes0CKCPX0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