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화제의 배우 조합만으로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여성 버디 무비를 표방한 이 영화는 템프러와 호빠를 배경으로 한 범죄 액션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왕 감독 특유의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가운데, 과연 이 작품이 두 배우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냈는지, 그리고 오락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어떠한지 살펴보겠습니다.
한소희와 전종서의 조합, 기대와 현실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핫한 배우들을 캐스팅한 만큼 오락적인 목적이 훨씬 강한 작품입니다. 템프러로 일하는 미선(한소희)과 콜뛰기인 도경(전종서)이 전세 사기로 7억 넘는 재산을 잃고, 업주인 토사장의 돈을 훔치려는 계획을 세우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두 배우는 각자의 묘한 분위기와 매력을 잘 살려내며, 감독이 우려했던 것처럼 과도하게 두 배우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절제된 편입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캐릭터 활용에 있습니다. 이왕 감독은 업소의 문화와 종사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척하면서 실은 지극히 가벼운 도구로 다루고 있습니다. 미선과 도경 외에도 정영주가 연기한 황소, 유아인, 이재균이 연기한 석구 등 굵직한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사건과 사건의 연결을 위한 소모적인 역할에 그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그렇지만 아쉬운 내용은 배우들의 열연을 빛바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좋은 조합을 단순히 도파민 제공의 수단으로만 활용한 것은 명백한 기회 낭비입니다.
개연성 부족한 전개, 끊임없는 사건의 연쇄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개연성의 부재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정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사고를 하지 않으며, 기초적인 생각 없이 내달리기만 합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돈과 금괴를 토사장이 왜 굳이 땅에 묻었는지부터 의문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미선과 도경이 특수요원도 경력자도 아닌데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토사장의 정보를 털고, 고작 샤프만 가지고 가서 그 넓은 땅에 묻힌 돈과 금괴를 단 둘이서 금방 찾아낸다는 설정입니다.
프로젝트 Y는 상영 시간 내내 관객의 설득과 몰입은 뒷전에 두고 시시각각 도파민을 제공하는 데만 줄곧 몰두하는 모양새입니다. 석구가 어떻게 그 장소를 알았는지, 미선과 도경이 왜 굳이 토사장에게 돈이 털렸다는 것을 알려야 했는지 등 인과관계를 생각할 틈도 없이 다음 사건이 터집니다. 마치 라플라스의 악마처럼 모든 행동의 결과가 이미 준비해 둔 것처럼 어찌나 잘도 이어지는지, 잠시라도 뇌의 작동을 멈추면 나도 모르게 거기에 휩쓸려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내려가기 십상입니다.
이왕 감독은 스토리텔링이란 게 뭔지 간채 수식에만 집착하고 있습니다. 범죄 영화로 비유하면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준비한 대비해 화술과 처세술은 학업이 부족한 용의자와 같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사건들이 지나치게 완벽한 타이밍에 터지며 지나치게 긴 시간 동안 유지되다 보니, 관객은 몰입할 새도 없이 그저 질질 끌려가느라 흥미보다 반감이 커집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끊임없는 도파민의 제공이라는 눈속임으로 매우 헐거운 개연성을 감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배우 소모와 허세로 점철된 연출
이왕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은 프로젝트 Y에서도 여전합니다. 상처 입고 삐딱한 비주류의 젊은 여성 캐릭터, 어둡고 컴컴한 도시의 구석과 골목, 온갖 디거어와 은어가 난무하는 대사 등은 이왕 감독 영화의 공통점입니다. 후다를 딴다는 말처럼 일반 관객이 정확한 뜻을 모를 수 있는 표현들이 맥락으로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연출은 좋게 말하면 고발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극 일변도의 성향이 짙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공산이 큽니다.
문제는 이제 이왕 감독의 영화가 사유와 고찰보다 패티시가 주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토사장을 무슨 마피아 보스라도 되는 것처럼 그럼하고 진지하게 다루고, 정영주가 연기한 황소 역시 모든 면에서 과합니다. 김신록 역시도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괜히 괴기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주더니 급발진으로 조직회의 고결함을 과시하며, 유아인은 의외로 연기가 좋았으나 분량이 많아 봐야 5분을 조금 넘습니다. 그나마 이재균이 연기한 석구가 캐릭터로 보나 연기로 보나 마음에 드는 이유는 현실적인 캐릭터와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감독으로서는 좋은 기회를 완벽하게 날려먹었다는 표현이 아쉽지 않을 정도의 작품입니다. 이왕 감독은 후가시란 후가시는 다른 배우들과 캐릭터들로 다 잡아서 정작 중요한 한소희와 전종서의 연기와 묘사는 덤덤하게 처리했습니다.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배치했지만 불행히도 이들은 사건을 일으키기 위한 소모품에 불과했고, 그 좋은 연기로 영화와 똑같은 강렬한 인상만 남깁니다.
프로젝트 Y는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두 배우만으로도 호기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개연성이 부족하고, 허세와 치기로 한소희와 전종서라는 배우를 허무하게 소모했습니다. 이왕 감독은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 갇혀 이 좋은 기회를 완벽하게 날려버렸으니, 아마 한동안은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두 배우의 팬이거나 도파민에만 집중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괜찮겠지만, 그 외에는 굳이 극장까지 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aE5HdBThS7s?si=276PzbTZB6ZIvqv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