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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리뷰 (원테이크 촬영, 죽음과 삶의 대비, 반전 메시지)

by anmoklove 2026. 3. 6.

1917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이지만, 단순한 전쟁 서사를 넘어 생존과 희생, 그리고 전쟁의 허무함을 탁월한 영상미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골든 글로브와 BAFTA에서 대상을 휩쓸며 아카데미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던 이 영화는, 로저 디킨스의 압도적인 촬영과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문가들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IMDb Top 250에 이름을 올린 1917의 예술적 성취와 메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원테이크 촬영 기법이 만들어낸 몰입의 예술

1917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테이크로 이어가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입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로프에서 시도되었던 이 기법을 로저 디킨스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압도적인 영상미를 창조해냈습니다. 쇼생크 탈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명작을 촬영한 로저 디킨스의 능력은 1917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카메라는 주인공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를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그들의 시선을 대신해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트래킹 숏을 활용하여 카메라가 뒤로 물러서며 들판에서 참호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여주는 장면은 긴박감을 극대화시킵니다. 특히 중반부에는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만들며, 관객은 주인공의 여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강렬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샘 멘데스 감독의 극단적인 롱테이크 연출은 지루함을 느낄 틈을 주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덮쳐오는 전투기를 보며 관객들은 움찔하게 되고, 이러한 촬영과 연출의 예술은 영화 버드맨이나 알폰소 쿠아론의 롱테이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전쟁영화 중 손에 꼽는 명작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기술적 완성도 때문입니다. 카메라가 참호 위로 올라갈 때, 독일군 참호로 내려갈 때, 프랑스 여인의 집을 나설 때, 폭포로 떨어질 때마다 보여지는 수직적 움직임은 스코필드가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죽음과 삶의 대비로 그려낸 1차 세계대전의 참상

1917이 그리려고 하는 것은 바로 죽음 그 자체입니다. 1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참호전의 양상을 보인 전쟁으로, 무기 체계와 전투 기술이 만들어낸 끔찍한 지옥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스코필드는 솜 전투에 참전한 것으로 나오는데, 솜 전투는 영국군과 프랑스군 도합 60만, 독일군도 비슷한 숫자가 죽은 전투로 사망자가 100만을 넘어선 참사였습니다. 전투가 시작된 첫날 첫 돌격으로 영국군 6만여 명이 사망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1차 세계대전이 얼마나 처절한 살육전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죽음과 삶의 대비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블레이크와 스코필드가 죽음의 대지를 밟을 때, 물웅덩이에는 시체들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널부러져 있고, 시간이 더 지나면 시체인지 아닌지도 구분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 시체로 이루어진 길을 걷고 또 걷는 것, 이 죽음의 이미지가 너무나 장엄한 나머지 숨이 턱 막힐 정도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죽음의 대지를 바라보며 영국군 병사들이 "이런 땅은 독일군 좀 버리지"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전쟁의 허무함이 절절히 드러납니다.
남자와 여자, 훈장과 와인, 길을 아는 자와 길을 찾는 자, 죽어버린 체리나무와 흩날리는 체리 꽃잎 등의 대비도 인상적입니다. 스코필드가 손에 큰 상처를 입고, 그 상처가 진흙과 오염된 곳에 노출될 때마다 관객은 파상풍의 위협을 떠올리게 됩니다. 전쟁 중에는 작은 상처 조차도 아주 작은 실수 조차도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떠내려가는 스코필드의 곁에 흐르는 체리 꽃잎은 희생된 젊은 영혼들을 상징하며, 초연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반전 메시지를 담은 나그네의 여정

1917은 전쟁영화이면서 동시에 반전 영화입니다. 영화에는 영광이나 명예, 충성, 승리 따위의 빛깔 좋은 상징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위해 죽음을 헤쳐가는 젊은 병사 나그네의 이야기가 있을 뿐입니다.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나눈 훈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훈장은 군인의 명예와 애국심, 충성을 상징하는 증표이지만, 동시에 젊은 군인들로 하여금 죽음으로 나가도록 압박하는 무언의 명령과도 같습니다.
스코필드에게 훈장은 일말의 가치도 없는 것, 와인이나 바꿔 먹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스코필드에게 훈장은 곧 죽음이고 와인은 곧 삶인 셈입니다. 훈장을 받았던 블레이크는 죽었고 훈장을 돌덩어리 취급하는 스코필드는 살아남습니다. 샘 멘데스의 이러한 반전적인 메시지는 매켄지 중령의 대사에서도 드러납니다. "모두가 죽어야 전쟁이 끝난다"는 매켄지의 말은 죽음만이 전쟁을 끝내는 방법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하는 전쟁터를 가로지르는 스코필드의 달리기는 엄청난 명장면입니다. 다른 영국 병사들은 전방을 향해 전진하고 스코필드는 횡단하고 있습니다. 전진하는 병사들은 죽음을 향해 달리는 것이고, 스코필드 혼자서 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생을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스코필드는 전쟁을 막기 위해 달립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것입니다. 스코필드가 병사들 사이에서 "아이 엠 어 풀 어 플레어링 스트레인저"를 듣는 장면은 나그네의 여정이 마침내 금빛 동산, 즉 생으로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엔딩입니다.
1917은 서사 구조는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은 적지 않습니다. 샘 멘데스의 최고작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비록 아카데미 작품상은 기생충에게 돌아갔지만, 1917 역시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고 근래 본 전쟁영화 중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전문가들과 관객들의 호평,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IMDb Top 250에 머무르는 이유는 이 영화가 단순한 전쟁 스펙터클을 넘어 인간의 생존과 전쟁의 허무함을 탁월하게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출처]
죽음의 헤치는 나그네의 여정, 그 앞에 금빛 동산은 예비되었는가: 1917 리뷰/라인의 컬쳐쇼크: https://youtu.be/Tqnd-e5BDxs?si=OX0DHGKq6er55l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