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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후 속 근대적 자아, 도덕과 윤리, 모순된 위치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는 일본 근대문학의 정점에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메이지 후기라는 사회적 배경 속에서 개인의 자의식, 도덕과 욕망의 갈등, 그리고 사회 제도와의 충돌을 치밀하게 그려낸 심리소설이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한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시 일본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개인이 어떻게 고립되고, 자율성과 윤리를 놓고 고뇌하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주인공 다이스케는 근대적 자의식을 가진 인간형으로,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사고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기 내면에 정직하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모든 사회적 연줄과 기득권으로부터 단절된다.이 글에서는 그 후를 세 가지 중심 축으로 분석한다. 근대적 자아, 도덕과 윤리, 모순된 위치 세 가지가 그것이다. 그 후.. 2025. 11. 15.
소설 관객모독 속 언어의 한계, 소외효과, 무대 위 존재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은 전통적인 연극 관습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극’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급진적인 해체 실험이자, 관객과 언어, 배우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재설정하는 작품이다. 이 희곡은 줄거리도 없고, 등장인물 간 갈등도 없으며, 사건의 전개조차 부재하다. 그 대신, 무대 위 배우들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고, 그들의 존재를 의식시키며, 오히려 관객이라는 존재를 무대로 끌어올린다. 이 연극은 말 그대로 ‘극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연극이 무엇인지 되묻고, 언어의 본질, 인간 인식의 한계, 그리고 존재의 조건을 전면화한다.한트케는 이 작품을 통해, "연극은 허구다"라는 명제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그러나 그는 허구를 파괴하기 위해 극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극 자체를 철저히 분해하고, 그.. 2025. 11. 14.
소설 맥베스 속 어두운 욕망, 마녀들의 예언, 도덕적 파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심리적·도덕적 붕괴를 극적으로 형상화한 대표적 비극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전 비극의 정수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정치적 알레고리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이기도 하다. 권력을 향한 맹목적 욕망, 예언과 자기암시, 죄의식과 광기의 파국은 단지 17세기 왕정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인간의 내면 구조를 반영한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야망에 휘둘리며 몰락해 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그 모든 과정을 극적 언어와 상징, 이미지의 층위로 복합적으로 구성한다.이 글에서는 맥베스를 다음의 세 가지 중심 축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주인공 맥베스가 보여주는.. 2025. 11. 14.
소설 로드 짐 속 동방 식민지, 제국주의의 위선, 도덕적 거리 조셉 콘래드의 로드 짐은 단순한 해양 모험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이 자신의 도덕적 실수로 인해 평생을 속죄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심리적 여정이자, 유럽 제국주의 시대의 도덕성과 위선, 그리고 '서구 문명'이라는 허상을 해체하는 비판적 작품이다. 콘래드는 짐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의 약함, 부끄러움, 이상주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독자에게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다시 살아가려 하는지를 질문한다. 로드 짐은 단순한 ‘속죄’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스스로의 과거와 어떻게 화해할 수 있는지를 다룬 소설이다.이 글에서는 로드 짐을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한다. 첫째, 짐이 저지른 ‘도덕적 탈선’과 그로 인한 죄의식 및 자아 붕괴의 구조. 둘째, 콘래드가 이 .. 2025. 11. 14.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 속 행동 예측, 예외 없는 존재, 예측 불가능성 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는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틀을 뛰어넘는 실험적 구성과 과학 철학적 사유를 결합한 작품으로, 현대 일본 사회에 대한 은유와 인간 자유의지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곧 ‘예측 가능한 인간 행동’, ‘자연현상의 통제 가능성’, ‘초능력의 윤리적 문제’로 확장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작품에서 과학과 마법, 예측과 혼돈, 인간과 시스템이라는 이분법을 철저히 해체하며, 독자로 하여금 "우리는 과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하게 만든다.라플라스의 마녀라는 제목 자체가 함축적이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가 제안한 가상의 존재로, 우주의 모든 원자 위치와 운동량을 알 수 있.. 2025. 11. 14.
소설 구덩이 속 유토피아의 실체, 언어의 무의미함, 냉정한 통찰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구덩이는 1930년대 초, 스탈린 체제 하의 소비에트 연방이 대규모 사회주의 건설을 추구하던 시기에 쓰인 작품이다. 이 시기는 농업 집단화, 산업화, 노동 동원의 구호가 전국을 휩쓸며, 이상적인 프롤레타리아 공동사회를 구현하려는 국가적 야망이 정점에 달했던 때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백만 명의 강제 이주와 기아, 정치적 숙청, 인간성의 파괴라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플라토노프는 구덩이를 통해 이 시대의 모순과 인간의 고통을 심리적, 철학적으로 조망하며, 언어와 사상, 노동의 구조까지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실험적 문학을 선보인다.겉보기엔 이 작품은 단순하다.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공동 기숙사를 세울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커다란 구덩이를 파는 이야기다. 그러나 독.. 2025.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