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방의 자유와 자기기만, 타인의 시선, 실존적 지옥
장폴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Huis Clos)』은 실존주의 철학의 본질을 무대 위에서 가장 압축적이고 강렬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타인은 지옥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는 말로 유명한 이 작품은, 전통적인 지옥이나 도덕적 형벌의 이미지 대신, 단지 세 명의 인물이 한 방 안에 갇혀 서로를 마주보며 살아가야 하는 설정만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과 갈등을 드러낸다. 작품은 무대 장치가 거의 없는 단일 공간에서 진행되며, 인물들의 대사와 관계의 역동만으로 극이 구성된다. 등장인물인 가르상, 이네스, 에스텔은 모두 죽은 후 지옥에 도착했지만, 그곳은 불과 칼, 형벌이 가득한 고통의 장소가 아니라, 거울 없는 응접실 같은 공간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를 ..
2026. 1. 1.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전쟁과 인간, 사랑과 죽음, 연대와 희생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서사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40년 발표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단순한 전쟁 소설이나 로맨스가 아닌, 인간이 죽음과 맞서는 방식,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는가,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어떻게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 극도로 절제된 문체와 사실적 묘사, 행동 중심의 서술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감정과 이념, 도덕과 사랑을 어떻게 지켜내고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로버트 조던은 미국 출신의 대학 교수이자 폭파 전문가로, 반파시스트 진영인 공화파에 ..
2026. 1. 1.
악마와 선한 신의 선과 악의 실존, 자유와 책임, 윤리의 파열
장폴 사르트르의 『악마와 선한 신(Le Diable et le Bon Dieu)』은 단순한 종교극도, 윤리적 우화를 담은 고전 희곡도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자유와 도덕적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른 무한한 책임이라는 실존주의 핵심 사상을 극 형식 안에 통합한 철학적 드라마다. 사르트르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신의 존재 없이도 윤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행하는 ‘선한 행동’은 진정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죄책감이나 이기심의 변형일 뿐인가 등의 질문을 집요하게 제기한다. 1951년에 초연된 이 희곡은 16세기 독일을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 괴츠의 내면적 변화를 중심으로 선과 악, 신과 인간, 자유와 필연이라는 철학적 ..
2025.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