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전쟁과 인간, 사랑과 죽음, 연대와 희생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서사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긴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40년 발표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단순한 전쟁 소설이나 로맨스가 아닌, 인간이 죽음과 맞서는 방식,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는가, 타인과의 연대 속에서 어떻게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던진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 극도로 절제된 문체와 사실적 묘사, 행동 중심의 서술을 통해,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감정과 이념, 도덕과 사랑을 어떻게 지켜내고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 로버트 조던은 미국 출신의 대학 교수이자 폭파 전문가로, 반파시스트 진영인 공화파에 ..
2026. 1. 1.
악마와 선한 신의 선과 악의 실존, 자유와 책임, 윤리의 파열
장폴 사르트르의 『악마와 선한 신(Le Diable et le Bon Dieu)』은 단순한 종교극도, 윤리적 우화를 담은 고전 희곡도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 자유와 도덕적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른 무한한 책임이라는 실존주의 핵심 사상을 극 형식 안에 통합한 철학적 드라마다. 사르트르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신의 존재 없이도 윤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행하는 ‘선한 행동’은 진정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죄책감이나 이기심의 변형일 뿐인가 등의 질문을 집요하게 제기한다. 1951년에 초연된 이 희곡은 16세기 독일을 배경으로 하며, 주인공 괴츠의 내면적 변화를 중심으로 선과 악, 신과 인간, 자유와 필연이라는 철학적 ..
2025. 12. 31.
폭풍의 언덕의 사랑과 복수, 계급의 억압, 자연과 파멸의 서사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고전 로맨스라는 전형을 벗어나, 인간의 가장 원초적 감정과 충동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소설로, 19세기 영문학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하고 강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가의 유일한 장편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출간 당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그 문학적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존재하는 지배와 복수, 계급적 억압과 정체성의 파괴, 자연과 인간 본성 사이의 폭력적 긴장을 정교하게 엮어낸 복합적 서사다. 특히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문학사상 가장 모호하고도 강력한 인물로, 사랑과 증오, 인간과 야성, 피해자와 가해자의 정체성이 뒤섞인 존재다. 『폭풍의 언덕』은 낭만주의의 격정과 고딕소설의 ..
2025. 12. 31.
팡세의 인간 본성의 모순, 이성과 신앙, 내면의 고백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Pensées)』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통찰과 신앙적 성찰이 결합된 17세기 사유의 결정체로, 단순한 종교적 선언이나 철학 이론이 아닌, 하나의 내면 기록이자 인간 이해의 대서사이다. 이 작품은 파스칼이 생전에 완성하지 못하고 남긴 단편적 메모들을 바탕으로 출간되었으며, 그 미완의 형식 안에서 오히려 더욱 생생하고 치열한 사유의 흔적이 드러난다. 그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고, 동시에 깊은 신앙을 가진 사상가로서, 인간 존재의 이성과 감성, 신앙과 회의, 위선과 진실 사이의 격렬한 긴장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팡세』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처럼, 존재론적 미약함 속에서도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을 탐구하며, 진리를 향한 사색과 구원의 가능성을 논증한다. 본 리뷰에서..
2025. 12. 29.